11월은 소득세 중간예납 세금을 납부하는 달이다. 사업소득이 있는 대부분의 개인 납세자는 전년도에 납부했던 소득세액의 2분의1을 세무서장이 보낸 납세고지서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소득세법 제65조 제3항에서 중간예납기간 종료일(6월30일) 현재 중간예납기간(1월~6월)에 발생한 종합소득금액에 대한 소득세가 중간예납 기준액의 30%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세무서장의 납세고지에 불구하고 중간결산에 따른 세액을 신고·납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중간예납기준액’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전년도 11월에 납부한 중간예납세액과 금년 5월에 확정신고하면서 납부한 세금의 합(천원 이하 금액은 절사)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년도에 종합소득이 있었던 납세자라도 ①이자·배당·근로·연금·기타소득만 있거나 ②사업소득자 중 속기‧타자 등 사무지원 서비스업(영 123)과 이른바 자유직업소득(시행규칙 64)만 있는 자와 ③그 해의 신규사업자는 중간예납을 하지 않는다. 위 소득자를 중간예납 대상에서 배제하는 이유로 ①은 중간예납과 유사하게 원천징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고, ②는 영세사업자로 그 수입금액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들쑥날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③은 가결산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이 소득세법 제8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간예납에 대한 대강의 내용이다.

그런데 위 ①에서 눈여겨 볼 사항은 ‘이자·배당·근로·연금·기타소득만 있는 자’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업소득이 함께 있다면 위 소득 모두를 포함하여 중간예납세액을 계산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위 규정과 관련하여 ‘갑’이라는 납세자의 실질적인 현황을 소개하면서 위 규정의 당위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갑의 2016년 귀속 종합소득세는 근로소득과 임대소득으로 과세되었다. 따라서 2017.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시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연말정산에 따른 원천징수로 추가납부할 세액이 없었고,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약 1천50만원(중간예납세액 5백만 원 +확정신고 납부세액 5백50만 원)을 부담했다. 2017년 귀속 소득세는 이자와 배당소득금액(이하 ‘금융소득’이라 약칭한다) 1억7천만 원, 임대소득금액 8천5백만 원, 기타소득금액 5억 원을 합친 7억5천5백만 원을 근로소득과 합산하여 확정신고시 1억6천만 원을 납부하였다[중간예납세액은 약 5백만 원, 즉 위 ( )의 금액 1,050만 원을 2로 나눈 금액)이다].

이번 중간예납세액은 8천만 원[≒(1억1천만 원+5백만 원)/2]이 고지되었다. 이렇게 많은 금액이 고지된 이유는 임대소득은 2017년과 2018년이 거의 동일하므로 결국 금융소득과 기타소득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즉 종합소득 전체금액에 적용된 세율(갑의 경우에는 40%)과 금융소득 및 기타소득에 원천징수세율(금융소득 14%, 기타소득 20%)의 차이로 발생된 세액(즉 자진납부세액)이 1억5천4백5십만 원(임대소득세 5백50만 원을 뺀 금액)이 된다. 이는 금융소득과 기타소득도 중간예납세액 대상금액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현재 2018년에 귀속될 갑의 예상소득은 기타소득이 영(0)원이고, 금융소득은 얼마인지 각 금융기관을 상대로 파악해 봐야 알 수 있다. 만일 금융소득도 0이라면 이번 11월에 납부할 중간예납 예정세액은 임대소득에 대한 것만 해당되므로, 약 5~6백만 원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①의 소득 즉 금융소득과 기타소득은 임시소득으로서 원천징수되는 소득이다. 필자가 기타소득을 임시소득으로 분류한 이유는 중간예납과 관련된 구 소득세법 제83조(1976.12.22. 개정된 법률) 제1항에서 ‘종합소득이 있는 거주자(근로소득 기타소득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임시소득만이 있는 자를 제외한다)로 규정하여, 기타소득을 임시소득에 포함하여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물론 당시에는 금융소득이 종합과세되기 전이기 때문에 금융소득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임시소득이란 항시소득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일상적으로 발생되지 않고 어쩌다가 발생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소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중간예납의 목적은 조세채권의 일실을 방지하고 세수를 조기에 확보하는 동시에 납세자의 세부담을 시간적으로 분산시키는 한편, 조세의 경기조절기능을 강화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김두천, 2018년 소득세실무, p.1093). 이와 함께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중요한 과세원칙인 ‘응능부담의 원칙’과 조세제도 운영의 효율성 원칙에 포함되는 납세비용 최소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함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 원칙들을 위 사례에 적용해 보면 갑에게 고지된 세금은 첫째, 금융소득과 기타소득이 없는 상태라면 ‘응능부담의 원칙’에 위배될 것이다. 둘째, 중간예납기준액이 30%에 미달하여 별도의 중간예납신고를 한다면 어떤가? 갑은 근로소득 및 금융소득의 유무에 대한 파악과 임대사업에 대한 중간결산을 한 후 신고서를 작성해야하기 때문에 갑으로서는 별도의 추가 비용(납세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금융소득은 원천징수로 중간예납에 상응하는 세금을 이미 물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효율성의 원칙과 납세비용 최소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해 다른 이견(異見)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납세비용을 포함한 납세자의 시간적·정신적 부담에 따른 사익과 중간예납의 입법취지에 속하는 공익을 비교형량해 보아야 하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굳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40~50년 전 세정가에 널리 나돌던 말 가운데 ‘조상징수’라는 말이 있었다. 한마디로 세수입이 모자라 납세자로 하여금 나중에 낼 세금을 당겨서 내도록 한 제도(여기에 중간예납도 포함된다)를 가리킨 말이었다. 지금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두고 있지만(법 65⑪), 이는 거의 사문화된 상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난 11.1.자 세무사신문 기사(국세청 기자실 컬럼, p.17)에 따르면 금년 들어 지난 8월까지의 국세수입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3조7천억 원이나 늘었고, 현 추세대로 가면 본 예산대비 초과세수가 최소 20조 원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조사한 3년간의 각 연도별 초과세수액은 2017년 14.3조 원, 2016년 9.8조 원, 2015년 2.2조 원이 되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쯤 되면 중간예납으로 세수를 조기에 확보한다는 이유로 무리한 제도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위 사항들을 여러 가지로 종합해 보건대 필자는 중간예납세액을 계산할 때 근로소득은 물론 임시소득에 해당하는 금융소득 및 기타소득 등을 아예 빼버리고 오로지 사업소득금액에 한정하는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시한다면 중간예납세액 계산식을 (직전연도 종합소득결정세액×사업소득금액/종합소득금액×1/2)로 하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 계산이 될 것으로 본다.

입법기관인 국회와 정부는 납세자가 불편해 하는 여러 가지 제도상의 문제점을 귀담아 듣고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자세를 취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필자의 제안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바이다.

[김정식 세무사 프로필]

△ 세무학 박사
△ 한일세무사친선협회 회장
△ 한국조세연구포럼 부회장
△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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