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 관내 사업체에서 사외이사 하는 경우 42% 넘어

‘서울청장’ 출신 가장 인기…사외이사 절반은 ‘행시’ 출신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理事)다. 대주주 및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한 권력 견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IMF 이후 사외이사 제도가 의무화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간 사외이사 자리에 국세청 출신들은 꾸준히 선임돼 왔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왜 국세청 출신이 필요한 것일까.

세정일보가 18일 현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세무서장급 이상의 국세청 고위직 출신 명단을 파악한 결과, 115개 회사에서 국세청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정일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인물이 있을 수도 있다. 국세청 출신들은 세무 업무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사외이사뿐만 아니라 감사 등으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역 세무서장 출신은 물론, 국세청 고공단 출신 국장을 비롯해 높게는 국세청장까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퇴직처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세청장 출신으로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DB금융투자와 위니아 사외이사로, 김덕중 전 국세청장이 풍산 사외이사로, 한승희 전 국세청장이 대신증권과 현대글로비스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국세청 차장 출신으로는 김문수 전 차장이 LG화학에, 서대원 전 차장이 고려아연에, 이은항 전 차장이 효성중공업과 두산에너빌리티, 이전환 전 차장이 풍산과 S-OIL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했던 국세청 조사국장 출신으로는 김영기 전 조사국장이 오리온홀딩스와 신세계푸드에, 임경구 전 조사국장이 롯데칠성음료와 현대지에프홀딩스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지방청장 출신도 다수 활동 중이다.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은 주로 두 군데 이상의 업체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김명준(CJ대한통운), 김연근(SK가스, CJ), 김재웅(현대홈쇼핑, 대우건설), 김희철(현대오토에버, 효성첨단소재), 윤종훈(세방), 이병국(흥국화재, 에스씨디), 전형수(고려산업, 부광약품), 조현관(현대그린푸드), 조홍희(메리츠금융지주, SK케미칼), 송광조(동양) 전 서울청장 등이다.

인천지방국세청장 출신인 최정욱 전 청장은 롯데렌탈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부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김용균(태영건설, CJ프레시웨이), 김용준(SK디스커버리), 심달훈(삼화페인트공업, 현대자동차), 유재철(현대리바트, 신세계건설), 최경수(BNK금융지주, 경남은행) 전 청장 등도 두 곳 이상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비중이 높았다.

이어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인 박차석(넥센), 신동렬(KCC, 계룡건설산업), 양병수(아이티엠반도체), 한재연(휴스틸, 롯데쇼핑) 전 청장과, 광주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김광(삼양사), 김형환(현대홈쇼핑), 박석현(LS머트리얼즈), 임창규(대상홀딩스), 한동연(광주신세계, 청해에탄올) 전 청장 등도 있었다.

대구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강형원(세원물산), 남동국(동국제강), 박만성(메리츠캐피탈,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균(교촌에프앤비), 하종화(에코프로) 전 청장과, 부산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김한년(신세계), 서진욱(이마트, GS글로벌), 이동신(한섬), 이승호(대교), 최현민(롯데케미칼, 한섬) 전 청장도 활동 중이다. 교육원장 출신인 박의만 전 교육원장도 쇼박스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렇듯 가장 인기가 많은 국세청 고위직은 서울청장 출신으로 나타났다. 16개 기업에서 서울청장 출신을 사외이사로 두었고, 뒤를 이어 중부청장 출신을 9곳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어 국세청 차장과 부산청장 출신이 각각 7곳, 대전·광주·대구청장 출신이 각각 6곳, 국세청장·조사국장 출신이 각각 4곳, 인천청장 1곳 등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국세청장, 차장, 교육원장, 본청 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20곳을 제외하고 95개의 업체 중에서 본사의 위치가 해당 국세청 고위직 출신 사외이사가 퇴직 전 관내 서장이나 청장 출신이거나 동향인 경우는 40명(42.1%)에 달했다.

이 외에도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국세청 고위직의 임용 구분별로 살펴보면 행정고시 출신이 57명(49.6%)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세무대학 출신이 28명(24.3%), 공채 출신이 25명(21.7%), 사시나 육사 등 기타 5명(4.4%) 등이었다.

한편, 국세청은 세무조사권을 갖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국세청이 ‘저승사자’로 비친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 재취업통로 혹은 전관예우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고, 국세청 후배들이 선배들의 눈치를 볼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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