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막히자 기타대출로 이동
불확실성 큰 시기에 실탄 쌓는 기업들…회사채 순발행 6년만에 최대

지난달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6조원 넘게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원 줄었다.

13일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2천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6천억원, 전월 대비 1조1천억원 확대됐다.

올해 1∼7월 증가 규모는 24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조원 축소됐다. 이 기간 누적 증가 규모는 2017년 49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39조2천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증가세 둔화가 이어졌다.

은행권은 전년 동월 대비 늘었지만, 제2금융권(상호금융·저축은행·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은 줄었다.

7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8천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월(4조8천억원)과 전월(5조4천억원) 증가 폭보다 각각 1조원, 4천억원 확대됐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6조7천억원 늘어난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을 세부적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한 반면 기타대출은 크게 불어났다.

7월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3조6천억원 늘어난 630조1천억원이었다. 4월에 4조원 증가했던 만큼 증가세는 둔화했다.

반대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2조2천억원 늘어난 223조5천억원이었다. 증가 폭은 작년 10월 4조2천억원 이후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분양물량이 2만4천호로 늘어나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주담대 대신 기타대출을 통해 돈을 빌렸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매매와 분양을 위한 대출 수요가 기타대출에 집중됐다"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주담대가 막혀 있다면 기타대출 등 다른 쪽에서 대출을 받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버팀목 전세대출 등 정책상품 잔액 증가분 8천억원이 기금이 아닌 은행 주택담보대출(전세)로 계상됐다"며 "이를 제외하면 7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전년 동월(5조6천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7월 중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4천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월(9천억원)보다는 5천억원 줄었다. 전월(-3천억원)보다는 7천억원 늘었다.

제2금융권에서의 주택담보대출은 규제 등의 영향으로 1조4천억원 감소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1조1천억원 축소됐다.

기타대출은 1조8천억원 늘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2조2천억원 증가했다"며 "이는 전년 동월(2조8천억원)과 전월(2조7천억원) 증가폭보다 작다"고 말했다.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27조2천억원으로 한 달 새 2조원 불어났다.

은행 기업대출을 보면, 대기업은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확대하는 대신 대출 규모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대기업 대출 잔액은 154조3천억원으로 1조1천억원 감소했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699조원으로 2조6천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액은 3조4천억원으로 2012년 7월 3조4천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회사채로 투자자금이 몰리며 발행금리가 떨어지자 대기업들이 경기둔화, 불확실성 등에 대비해 실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7월 은행 수신 잔액은 1천684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원 감소했다. 부가가치세 납부에 기업의 수시입출식 예금이 21조8천억원 빠져나간 가운데 은행 정기예금은 지방정부로의 자금 유입 등으로 10조7천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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