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경기도 모 세무서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세무사 사무실 간판이다.

“끝이 안보입니다.”

지난 13일 제56회 세무사시험 합격자는 모두 724명으로 발표되었다. 다시 말해 매년 700여명의 세무사가 새로 합격을 하고, 현직 세무사는 1만 3000여명이다. 그리고 물보가 터질지도 모르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 1만 8000여명이 세무사 개업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일까? 전직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는 세무사 간판을 내건지 3년차인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성남세무서 관내에는 11명의 분당‧성남세무서장 출신의 세무사 모임이 있는데, 세무서장을 끝으로 세무사사무실을 개업하면 의무적으로 총무가 되고, 그 다음해는 역시 의무적으로 회장이 된다. 그런데, 만나면 세무업무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조직은 성남‧분당 세무서장 출신들 모임인데, 이름은 ‘남성회’다. 남한산성을 줄여 모임 이름을 지었다.

남성회는 한 달에 한두 번 모임을 갖는다. 모임을 가질 때는 절대 세무 관련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세무서장 출신이지만, 어떻게 보면 전관예우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무 영업을 한다는 것도 너무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분당세무서 앞에서 세무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세무사는 개업 3년차인데도 담박에 사무소의 규모를 가름할 수 있다. 여직원 한 명 뿐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여직원이 휴가 갔다고 해서 만나지를 못했다.

그렇다면 올 연말 중부지방국세청 관내 세무서장은 몇 명이나 명퇴를 할까? 기자가 파악하기로는 확실하게 5명~6명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세무서장으로 온 인사는 내년 6월말 명퇴를 하게 되는데, 역시 5~6명 정도가 예상된다.

특히, 내년 6월말 명퇴자 중 유재철 중부청장과 동기생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올 연말 중부청 관내 명퇴자는 N, P, J, K, J씨가 예상되고 있다. S 세무서장은 물음표다. 나갈지 안 나갈지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해 명퇴한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들은 개업 1년 또는 약 7개월을 맞는데, 세 사람은 영업권을 취득해 쉬운 길을 가고 있고, 나머지 세무사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중이다.

지난 13일, 세무사 시험 합격자 700여명이 새롭게 탄생하던 날 이처럼 현직 세무서장인 예비 세무사들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최근에 만난 한 세무사는 지난 6월경 영업권을 넘기겠다고 해서 그것을 믿고 있었는데, 8월경 갑자기 마음이 변해서 안 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세무사는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있다. “어차피 내가 땀을 흘려야 진정한 내 것이 되는 것이지”하는 마음이다.

또다른 세무서장은 이미 세무서장실 정도의 사무실을 얻어 자리를 잡아두었다고 한다. 이 곳이 고향 근처여서 개업할 날을 기다리며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전직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는 후배 서장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세무사 시장은 전쟁터”라고.

자격만 따면, 개업만 하면, 고소득 전문자격사로 불리던 세무사시장도 지역의 세정사령관을 불리던 세무서장들마저 덜덜 떨게하는 모습에서 이미 ‘엄동설한’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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