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소속 납세자보호위 1646명 중 226명이 ‘국세청 공무원 출신’

김영진 의원, “국세공무원 출신 민간위원은 엄밀히 따지면 내부인사”

전문가, “납세자보호위 ‘완전한 독립’…시정과정 국민에게 공개해야”
 

그동안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납세자보호위원회’다.

국세청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국세행정을 펼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일까.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들은 자신이 받고 있는 세무조사가 법으로 금지한 중복 세무조사가 아니냐며 국세청에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납세자는 납세자권익을 보호하고 위법·부당한 세무조사에 대한 권리보호 요청 심의기능을 담당하는 지방청의 납세자보호위원회까지 찾아가 중복 세무조사를 중지시켜달라고 요청하지만, 지방청 납보위는 중복 조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계속해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본청에 설치된 납세자보호위원회에서는 지방청 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중복 세무조사가 맞다며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다. 똑같은 납세자보호위원회인데, 왜 지방청 위원회는 중복 조사가 아니라고 했을까. 납세자보호위원회가 국세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면 이같은 사례는 없어지게 될까.

국세청에는 납세자보호위원회뿐만 아니라 ‘납세자보호관’ 제도가 있다. 국민들의 재산권 침해를 감시하고 납세자의 편에 서는 납세자보호관은 지난 2000년 국세청 훈령으로 설치돼 2009년 법제화됐다. 당시 납보관은 업무능력처리도 좋아야하지만 청렴성과 친화력이 우수한 직원이 납보관으로 임명될 수 있었다(현재 납세자보호관은 개방형직위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임명된 납보관은 납세자의 고충민원을 듣고, 위법·부당한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조사를 중지시키거나, 불합리한 국세행정의 경우 제도 개선까지 건의하는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일반인들과 중소기업 조세담당자들은 납세자보호관 제도가 운영되는 것조차 알지 못하거나, 많은 이들이 ‘납세자보호관이 납세자의 편에서 업무를 처리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납세자보호관도 국세청 소속 세무공무원이라는 점에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지적아래 국세청은 결국 납세자보호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의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납보관을 제외한 전원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는 납세자보호위원회를 본청에 설치했다.

본청 납보위 민간위원은 외부기관에서 추천한 인물들이 위촉되는데, 기재부에서 5명, 회계사회 2명, 세무사회 2명, 변호사회 2명, 비영리민간단체 4명 등이며, 위원장은 민간위원 중 기재부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세청장이 위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본청 납보위는 2018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총 23차례의 회의를 열고, 125건 중 47건(37.6%)의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당초 심의 결과를 뒤집는 결론을 내리며 납세자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성과를 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세무서장·지방청장 심의결정에 재심의를 요청한 125건 중 30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기간 연장 승인 축소 등 일부 시정조치를 내렸으며, 조세탈루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 없이 중복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적법절차를 위반한 세무조사 17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중지시켰다.

과거부터 납세자보호위원회는 결국 ‘무늬만 민간위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애당초 민간위원 운영 당시부터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 비율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지방청 위원 중 반은 국세청 직원, 반은 민간위원이라 하더라도 결국 이들도 국세청 세무공무원 출신자들일 뿐 아니라 현업 세무대리인 위치에서 국세청의 눈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같은 지적은 2019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납세자보호위원회 구성 현황’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 1646명 중에서 226명(13.7%)이 국세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13.7명은 결국 국세청 사람이라는 것.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영진 의원은 “납보위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 모두를 외부인사로 구성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으나, 국세공무원 출신 위원들은 엄밀히 따져보면 내부인사”라며 “전직 국세공무원 출신자들을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본청 납보위의 경우 ‘준독립기구’라며 국세청이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친여 성향의 인사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어 정치편향적 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15명으로 구성된 본청 납보위 위원 중 A씨는 정의용 현 안보실장이 고문으로 재직하던 로펌 출신이며, B씨는 ‘조국 펀드’로 유명한 코링크PE가 투자한 회사인 피앤피플러스가 추진했던 사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해준 회계법인 소속이다.

또 C씨는 대통령정책자문위원회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여인사이고, D씨도 정의당 출신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라며 세무조사의 범위를 결정하고 중지여부를 결정하는 납보위의 판단 중에 자칫하면 정치 편향적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심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진정으로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힘쓰기 위해서는 위원들이 중립적인 처리를 기대할 수 있도록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완전히 독립시켜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 의원의 지적처럼 친여성향의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면, 납세자들이 고충을 털어놨을 때 정치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납세자보호위원회가 내린 시정권고는 국민 앞에 공표할 수 있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납세자의 고충이 발생한 원인부터 조사결과, 그리고 납보위의 결정까지 모두 보고서로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 국민들이 언제든 열람하고 참고할 수 있다면 납보위의 투명한 의사결정은 물론, 국세청 스스로도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고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해 더 신경 쓰게 되고, 국민들도 납보위의 업무 독립성을 신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국세청은 개별납세자에 대한 과세정보는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는 이유로 정보공개에는 매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국세청은 이같은 지적에 항상 ‘우리는 집행기관일 뿐, 법이 이런데 어쩌겠느냐’는 식이다.

납세자의 이름은 비실명으로 표기하고 세무조사 결과 등 자세한 내용으로 표시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비밀유지가 가능할 수 있으므로, 국세청이 진정으로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한다면 입법권자가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완전한 독립을 추진할 때 국세청도 이를 적극 지지해 투명하고 공정한 국세행정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또한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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