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의 공작금을 미국 국세청 요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22일 열렸다.

이날 오전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1차 공판에서 박 전 차장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 측에서는 “1심에서 무죄가 내려진 이유 중 하나는 국정원장의 회계관계직원 직위가 인정이 안 된 것인데, 여러 재판에서 문제가 돼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며, 이 사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기조실장의 통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으로 내부지침을 개정하면서까지 회계관계업무를 직접 처리하기도 해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정원 자금을 집행할 때마다 원세훈 전 원장이 지시하고 보고받아 최종승인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 검찰 측은 “박윤준 전 차장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으로부터 처음 지시를 받을 당시부터 국정원의 요청내용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비자금을 찾아달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데이비슨 사업은 특정 정치인을 타겟으로 삼아 실행된 것이 관계자들의 진술과 국정원 내부보고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행위임을 명확히 확인하고 있고 불법성도 인식하고 있다고 검찰 조사때부터 계속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이현동 당시 차장과 박윤준 국장만 알고 두 사람 선에서 진행된 사안이며, 국정원 자금이 미국에 있는 미국 국세청 요원에게 돈이 넘어갔는데, 박 전 차장은 미 국세청 요원에게까지 국정원 개입사실을 끝까지 숨겼다. 이는 불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거액의 국정원 자금을 지급하는 것에 협력한 사실이 있어 유죄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모관계에 대해서는 “원세훈 전 원장 측의 요청은 미국 내 비자금이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것일 뿐이었는데, 그것을 이현동 전 청장에게 지시받고 박 전 차장이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뉴욕프라자 사건의 관련 고발내용을 찾았고, 미국세청 요원과 접촉, 그리고 회유 및 설득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국정원에 전달하는 등 실무를 주도한 사실이 확인되고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박 전 차장이 해외정보원으로부터 돈이 필요하다고 들으면 이를 국정원에 전달해 국정원 직원이 직접 해외정보원에게 전달한 반면, 박 전 차장이 2012년 3월 26일 1억1500만원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해외정보원에게 직접 전달했는데, 앞서 김승연 국정원 대북공작국장뿐만 아니라 국정원 내부자료에도 2012년 1월경 이미 김승연 국장이 박윤준 차장에게 미국의 수사진행사항이 진척이 없음을 알면서도 공소장이라도 입수해달라고 요청하고 이를 미국 언론브리핑을 통해 알려지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으므로 그것을 알면서도 3월26일 또다시 돈을 전달한 점에 있어서는 공모관계가 부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13일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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