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의 대북공작금을 받아 미국 국세청 요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3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박 전 차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장모 국세청 과장을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장 과장에 대해 검찰에서 항소심의 유일한 증인으로 신청한 자이고, 장 과장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에 대해 검찰과 박윤준 전 차장 측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법정으로 불러 증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윤준 전 차장 측의 변호인은 "검찰에서 장 과장과 비슷하게 이미 국세청 직원들(김모, 임모, 박모, 이모) 등이 반복된 진술했는데 과연 굳이 불러 추가 조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펼쳤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인은 장 과장의 진술이 다른 국세청 직원들의 내용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뇌물수수와 관련해 직원들이 이현동으로부터 격려금 등을 받은 것이 있냐고 조사한 것이지, 국세청이 미국 국세청 공무원을 상대로 돈을 주는 것이 국세청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물어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결심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항소심의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언제든 재판을 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윤준 전 차장은 "공무원 생활을 30년가까이 했다. 국제조세분야에서 오래 일했고 이른 나이에 퇴직했는데, 앞으로 국제조세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적극 찾고 싶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는 내년 1월 17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은 2010년 MB정부에서 국제조세관리관으로 근무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라는 이현동 당시 국세청 차장의 지시를 받고 미국 국세청(IRS) 요원에게 국정원의 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정원의 DJ 비자금 추적사업은 ‘데이비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박 전 차장이 자신의 미국 파견 중 알게 되며 친분을 쌓은 미국 국세청 요원에게 국정원의 대북공작금(가장체자금)을 국세청의 특수활동비라고 속여 2년간 13차례에 걸쳐 그의 장모와 처제 등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박윤준 전 차장이 국정원의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수동적으로 응해 내부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못하는 외부자의 지위에 있었고,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지시를 받고도 추진배경이나 경과, 국정원에게 건네진 자금이 어떤 경위로 조성돼 집행됐는지 알 수 없었으며, 해외정보원의 처제에게 직접 돈을 전달한 것을 제외하면 중개하는 역할에 그친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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