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학회, 29일 서울 상공회의소서 ‘신탁세제의 현황과 개편방안 공청회’ 개최

“획일적 납세의무자의 수익자 규정, 신탁의 장점인 유연성·다양성 활용 장애될 것”
 

▲ 한국세무학회는 29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신탁세제의 현황과 개편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 전규안 한국세무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번 공청회 토론은 이준규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 이중교 연세대 교수가 ‘신탁 관련 소득세 및 법인세의 현황과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탁 관련 소득세 및 법인세의 납세의무자는 수익자과세를 원칙으로 하되, 수탁자과세 및 위탁자과세를 부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획일적인 납세의무자의 수익자 규정은 신탁의 장점인 유연성과 다양성 활용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한국세무학회(학회장 전규안)는 29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신탁세제의 현황과 개편방안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중교(연세대) 교수는 ‘신탁 관련 소득세 및 법인세의 현황과 개편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현행법상 신탁재산에서 발생한 소득의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수익자이고, 수익자가 특별히 정해지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위탁자 또는 그 상속인을 납세의무자로 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인세법상 신탁소득의 납세의무자는 획일적으로 수익자로 규정돼 신탁의 장점인 유연성과 다양성을 활용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며 “신탁법의 경우 여러 개정을 통해 유연성과 다양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신탁을 법제화했지만, 세법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탁이 경제적 실체로서 법인과 유사한 활동을 수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신탁을 기본적으로 도관으로 인식해 수익자를 획일적 납세의무자로 규정하는 등 법인과의 조세중립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수익자에게 소득을 전달하는 도관의 역할만 수행하는 신탁의 경우 수익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는 것은 소득의 실질귀속자에게 과세한다는 점에서는 수긍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법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상사신탁이나 사업신탁에 대해서까지 신탁을 도관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탁소득의 납세의무자를 누구로 할지 결정할 때에는 △신탁 자체 또는 수탁자를 수익자, 위탁자와 별개의 납세의무자로 인정할지 여부 △신탁에서 발생한 소득을 모두 수익자에게 분배할지 아니면 신탁소득의 일부를 유보할지 여부 △신탁의 수익자가 다수인지 또는 확정되어 있는지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신탁 자체를 별개의 과세실체로 인정해 위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지배권과 통제권을 가지는 위탁자신탁(grantor trust)에 대해서는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은 수동신탁(bare trust)에 대해서 수익자를 납세의무자로 보고, 그 밖의 신탁에 대해서는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인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세법상 신탁을 수익자등 과세신탁, 집단투자신탁, 법인과세신탁 등 3가지로 구분해 납세의무자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납세의무자를 정함에 있어 수익자과세를 원칙으로 하되, 수탁자과세 및 위탁자과세를 부분적으로 수용해 신탁의 기능과 역할에 맞춰 납세의무자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우선 신탁이 수익자에게 신탁소득을 분배하는 단순한 도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수익자를 납세의무자로 정해야 한다”며 “신탁이 수익자에게 단순히 신탁소득을 분배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경우에는 신탁을 도관으로 보고 수익자를 납세의무자로 정하는 것이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하고 신탁단계와 수익자단계의 이중과세를 조정할 필요가 없는 등 법률관계의 적용과 세무처리가 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 “수탁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용하는 신탁으로서 신탁을 단순한 도관으로 볼 수 없고 법인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 또는 수익자(위탁자 포함)에게 과세할 수 없거나 수익자(위탁자 포함)에게 과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탁자가 신탁을 철회하거나 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신탁에 대한 지배권과 통제권을 보유하는 경우에는 위탁자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정해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의 경우 위탁자신탁에 대해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인정하고 있고 일본도 선택의 변경권한을 가진 위탁자를 수익자로 간주해 납세의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백제흠(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한원식(삼정KPMG) 전무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김병일 강남대 교수, 이호근(기획재정부 세제실 소득세제) 과장, 신찬혁 한국자산신탁 전무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이어 토론에 참여한 백제흠(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납세의무자를 다양화하더라도 소득세제에 있어서는 수익자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수탁자과세와 위탁자과세는 예외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발제자 입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발제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되 몇 가지 부언하자면 이러한 수탁자 과세와 위탁자과세의 예외규정은 실질적으로 수익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는 경우에 발행하는 조세회피에 대한 규정의 성격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위 예외규정들을 수익자과세에 대한 개별적·구체적 부인규정으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예외규정이 도입되는 이상 신탁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적 조세회피 규정의 성격을 가지는 실질과세원칙은 최대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원식(삼정KPMG) 전무 역시 수익자과세를 원칙으로 하되, 조세중립성을 위해 수탁자과세를 수용하면서 누진세율 회피 등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고자 위탁자과세를 제안한 입법방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발표문에서 신탁의 설정 및 종료 시 과세와 관련해 신탁설정 대가를 수수하지 않은 경우 수익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고 신탁의 운용단계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해 수익자에게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며 “신탁 설정 시 증여세 과세대상인 수익자가 받을 신탁의 수익을 받을 권리와 소득세 과세대상인 실제 수익을 받는 것은 동일한 소득이어서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바 이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호근(기획재정부 세제실 소득세제) 과장은 현행 소득세 및 법인세가 다양한 유형의 신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활용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외국 입법례를 분석해 제시해주신 부분들을 실무와 함께 고려해 어떤 식으로 세법개정안에 담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신탁이 다양하고 유연하게 활용될 때의 장점들이 있지만 세제 측면에서는 다양성과 유연성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며 “세제 입장에서는 가급적 시장의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명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오늘 말씀해주신 우려사항들을 세법개정안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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