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 부친 지분 확보, 42.9% 그룹 최대주주 올라

조양래 회장 의중 반영된 듯 '형제의 난' 우려되기도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이 그룹 후계자로 낙점됐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지난 4월 1심에서 금품수수 혐의로 집행유예 4년의 유죄 선고를 받은 두달 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는데도 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사실상 지목된 것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돌연 자신의 지분 23.59% 전체를 매각 형태로 차남인 조 사장에게 넘겨줬다. 조 사장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통해 조 회장의 지분 23.59%를 모두 매입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고, 매매금액은 3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조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조 사장의 지분은 단숨에 42.9%까지 뛰어올라 그룹 내 최대주주가 됐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씨는 부친의 지분 매각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후계 구도는 조현범 사장으로 기울어지게 됐다. 조 회장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이 지난해 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형제가 그룹의 전면에서 경영을 이끌어왔지만 이 경영 방식이 깨진 셈이다.

자칫 '형제의 난'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지분 소유 면에서 보면 형인 조 부회장 입장에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부회장의 지분은 19.32%, 첫째누나 희경 씨와 둘째누나 희원씨의 지분은 각각 0.83%, 10.82%로, 세 사람 지분을 합쳐도 30.97%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7.74%) 등을 끌어들인다 해도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턱없이 역부족이다.

업계에서는 '지분 승계가 왜 하필 지금 이루어졌나'라는 의구심이 상당하다. 조 사장은 지난해 11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고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조 사장이 현재 2심에서 실형을 받을 경우 등의 상당한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고, 한국타이어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조 회장의 이번 지분 매매 과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회사 측도 최대주주 변경 상황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 4일이 지나서야 관련 공시를 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곧바로 이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규정에 의하면 지분이 5% 이상인 대주주가 추가로 1%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 체결일로부터 5일 이내에 관련 사항을 공시하도록 돼 있다.

때이른 승계구도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조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라서 당장에 3세경영 본격화라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도 “최대주주 변경은 있었지만, 형제 경영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해 5월 사명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서 바꾼 그룹의 지주사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한국네트웍스, 한국카앤라이프 등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난해 연결기준 총매출액은 8476억원, 영업이익 1709억원, 당기순이익 16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9%, 25%가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더 떨어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7%씩 줄었다.

조현범 사장은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으로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결혼했다.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2011년 사장으로 승진, 2018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등극과 지난해 3월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등기임원 등재로 3세 경영인의 입지를 다졌다.

그러던 중 2018년 7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던 국세청은 중대 범죄혐의를 확인해 범칙조사로 전환했고, 지난해 초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이후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조 사장이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 등 각종 비리 혐의를 포착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조 사장은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6월 23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검찰 항소에 따른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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