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세무조사→쟁송' 막으려면, '조세회피거래의무보고제’ 도입 필요
 

세무전문가에 대해 세무사법 제11조와 공인회계사법 제20조, 변호사법 제26조에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유지 의무가 규정돼 있다. 이는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데 이바지하기 위해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의무다.

이들에게 조세탈루 방지 등 공익을 위해 그 비밀유지의무 해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납세자에게 조세회피거래 보고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조세법학회가 발간한 조세논총 제5권 제3호에 게재된 ‘세무대리인 보고의무 강화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와 두철 공인회계사는 일부 국가에서 도입되고 있는 조세회피거래의 의무보고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세회피거래 의무보고제도는 조세회피상품의 개발·판매 등에 종사하는 자, 소위 조장자 및 그 상품을 구입한 투자자인 납세자로 하여금 과세당국에 보고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납세자가 무신고나 조세회피를 포함한 세금을 신고하고, 국세청 세무조사로 인해 밝혀지면 그 부과처분에 대한 조세쟁송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먼저 의무보고제도 입법과정에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의 하나인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의무보고제도와 일반적 조세회피방지규정은 납세순응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이므로, 어떤 거래가 조세회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나타내주는 조세회피방지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보고대상거래의 범위와 관련해 기준 내지 징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세회피거래 의무보고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의 경우 역외거래에 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모든 거래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나, 납세협력비용 등을 고려해 역외거래와 연관된 국내거래나 국내거래 중 표준화된 금융상품으로 한정하는 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보고대상세목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등 상대적으로 조세구조가 복잡한 국세를 대상으로 하되, 향후 지방세로 확대해 나가야 하며, 보고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일정 매출액 이상의 대형법인이나 일정한 수입 이상을 거두는 조장자로 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예외적으로는 납세자가 자체개발하거나 조장자가 해외에 있는 경우 등에는 납세자에게 의무를 지운다.

마지막으로 보고의무를 이행했다고 해서 해당 거래가 합법으로 인정받거나 불법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므로 과세당국은 이 사실을 보고의무자에게 알려줘야 하고, 보고불이행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의 벌칙을 과해 제도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변호사 등이 법적인 비밀유지특권을 주장하면서 보고를 거부한다면 예외적으로 영국과 같이 납세자에게 보고의무를 지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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